Column

모두들 ‘잡지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SNS,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누가 잡지를 읽겠냐고. 하지만 종이 잡지를 읽는 시간, 풍요로우면서도 호젓하며, 생의 감각이 사방으로 확장되는 그 시간에는 분명 인터넷에서는 만져지지 않는 또 다른 결이 있다. 종이 잡지에 담긴 글과 사진은 한 주, 한 달, 길게는 한 계절, 한 해에 걸친 생명력을 지닌다. 그 때문일까? 잡지 […]

벌써 3번째다. 높아진 월세로 친구가 연남동 작업실을 뺀 이후 꽃집이 들어오나 싶더니 어느새 식당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는 옷 가게로 공간의 이력이 3번이나 달라진 것. 동네 친구도, 즐겨 가던 단골집도 자꾸만 사라지는 연남동에서 ‘변치 않는 것’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연남동 달걀 가게, 경기상회의 존재는 남다르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38년간 연남동의 풍경을 지켜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

예술가들이 만드는 작품의 중심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그래서일까, 예술 작품을 마주할 때 더욱이 나의 결과 비슷한 그것을 경험하는 순간엔 작은 울림이 생긴다. 연남동 끝자락에 위치한 아트 플랫폼 ‘다이브인’은 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하길 바란다. 추천컨대, 마음이 소란해지면 이곳, 다이브인에 가보자.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옷걸이를 찾았다. 내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 머물 때, 입고 온 옷을 거는 행위는 그곳에 안

작년 11월 무렵, 미루고 미루었던 여행 계획을 세우고 결심이 흐려질까 일찌감치 비행기표까지 예약했다. 파리와 로마에만 머무는 20일간의 휴가. 5개월 후면 쌓인 일을 저 멀리 밀어놓고 파리의 한 가운데를 거닐고 있으리라.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그 봄 뒤에 코로나가 서 있을 줄은 몰랐다.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전개였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

여기, 땅속에 푹 파묻힌 미술관이 있다. 일본 나오시마 섬에 자리 잡은 ‘지추(地中) 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매표소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땅 아래 둔다. 지하지만 건축가의 영리한 설계 덕분에 내부에는 자연광이 금세 차오르고, 다양한 기하학적 모양의 공간들이 미술관의 동선을 흥미롭게 만든다. 지추미술관을 설계한 이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타오. 그리고 3년에 한 번씩 이곳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

오늘 하루 동안 내 손을 거쳐 간 물건들을 떠올려보자. 아침에 골라 입은 옷부터 노트, 만년필, 물컵, 지갑, 책상, 피곤한 몸을 누인 침대까지. 그렇다면 이 물건들의 ‘정서적’ 평균 수명은 어떻게 될까. 내 삶 안에서 가장 오래 동행했던 물건은 과연 몇 살일까.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 피터 옵스빅(Peter Opsvik)은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

모두들 ‘잡지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SNS,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누가 잡지를 읽겠냐고. 하지만 종이 잡지를 읽는 시간, 풍요로우면서도 호젓하며, 생의 감각이 사방으로 확장되는 그 시간에는 분명 인터넷에서는 만져지지 않는 또 다른 결이 있다.   종이 잡지에 담긴 글과 사진은 한 주, 한 달, 길게는 한 계절, 한 해에 걸친 생명력을 지닌다. 그 때문일까? […]

– 글 김선미 / 사진 양경필 책을 읽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구체적인 병명이 있는 건 아니다. 자간과 행간 사이에 자꾸만 다른 생각이 침범할 뿐. 함량이 낮은 책을 잘못 골랐네, 애꿎은 저자를 탓해보지만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내 화려했던 독서 편력은 어쩌다 이렇게 갈 곳을 잃은 걸까. 책을 읽을 때 오는 안온함. 새로운 […]

– 글 김선미 / 사진 PHC 자주 가는 초밥집은 그날따라 대기 줄이 길었다. 길가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왠지 지루해져 풍경을 살폈다. 행인들의 표정은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무표정할까. 저 가게는 벌써 주인이 세 번째 바뀌었구나, 그렇게 일상의 장면들이 낯설어질 무렵, 공중에 걸려 있는 글귀 하나에 시선이 멈췄다. ’Poetic Humans Club’. 맙소사, 시적인 인간들의 클럽이라니. ‘시’에 […]

– 글 김선미 / 사진 양경필 온라인 쇼핑은 즐거웠으나, 비닐 테이프와 스티커를 일일이 제거해 택배 상자를 분리 배출하는 건 괴로웠다.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해 바다거북이 기꺼이 삼켜버린다는 뉴스에는 문제의식을 느꼈지만, 그 비닐이 우리 집 냉장고 안 브로콜리를 싸고 있는 그것과 같다고는 여기지 않았다. 이 삶의 모순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2018년 봄. 아파트 단지 내에 수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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